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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를 향해

  • Post category: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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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몸뿐 아닌 마음을 앞으로 내미는 것이다. 거대한 바위를 마주한 나는 긴 상념에 젖는다. 이 길까지 걸어오게 된 지난 시간들과 경험들을 돌아보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찾아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한다. 나의 일상이 되었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광야, 이 사막에 홀로 서서 거대한 바위를 마주한다. 나의 일상의 삶에서는 거대한 바위를 마주한 숭고한 기분을 느끼지 못한지 오래다. 아니, 아마 비슷한 느낌조차 받지 못했었으리라 생각한다. 광야에서 마주한 거대한 붉은 바위는 그렇게 내 앞에 버티고 섰다. 그 앞에 서니 새삼 나의 작음을 깨닫는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자잘한 일상의 고민들과 아픔들과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뛰쳐나와 그러한 감정들과 생각들이 얼마나 작은 것들이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 거대한 바위를 마주한 채 서 있는 나라는 인간을 오랜만에 마주한다. 내가 어떠한 일을 하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지는 그 순간 중요치 않다. 태고적부터라 부를 수 있을 그 긴긴 시간을 버티고 내 앞에 선 거대한 한 바위 앞, 그 앞에 서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바위를 향해 걸어나갈 수 있는 한 인간. 작열하는 태양을 받으며 목말라하는 한 인간. 인생의 온갖 괴로움을 어깨에 지고 이 광야로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 한 인간일 뿐이다. 그 순간 내가 아니었던 나는 사라지고 나는 나의 정체성을 다시 깨닫는다. 그 동안 내가 누구였는지를 잊고 살았던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광야를 걷는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얼른 주워 입는다. 겸손함만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불행과, 아픔과, 상처와, 불안은 그들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그 순간에 나의 정신은 더욱 한 점으로 모인다. 나의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딛는 한 걸음이다. 나는 정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정상을 바라보자마자 숨이 차올라 가슴이 아파올 지경이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나의 발이 자꾸 돌에 걸린다. 숨을 가다듬고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오직 모든 신경을 나의 한 발자욱에 집중한다. 정상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 한 걸음씩만 가다보면 어딘가에 이르겠지. 그럼 그 뿐이다. 애초에 정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른 목표점이 없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 아닌가. 그것은 나의 목표가 아니다. 어차피 걷다보면 그 거대한 바위 어딘가일 것이다. 동쪽 바위에 서건, 서쪽 바위에 서건 아니면 그 정상에 서건 모두 같은 바위의 어딘가일 뿐이다. 거대한 바위를 정복하려는 마음이 아닌, 긴 시간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존재한 거대한 바위를 바라볼 수 있고 나의 걸음을 허락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바위를 다시 한 번 바라본다. 해를 등지고 빛마저 가리는 장엄한 자태에 고개를 다시 숙인다. 나는 나의 발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그 한 점으로 나의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다. 나는 그 바위 어딘가에 서 있다. 나에게 곁을 허락해준 그 바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전에 보지 못한 그런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