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시절 케인지안 학파에 속한 교수님들의 수업만을 듣다가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유일하게 한 분만 가르치던 노동경제학 수업을 듣고 받았던 충격이 기억난다. 경제시스템이라는 것이 인간의 발명품이고, 변할 수 있으며, 보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마치 보물을 발견한 아이와 같이 설레었던 그 때가 기억이 났다. 오늘 웨비나는 나에게 그 느낌을 되살려 주었다. 오랫동안 EcoCiv의 주요 주제였던 대안적인 경제시스템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들과 경제운동가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COVID-19 시대에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의존하고 있는 경제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지 이론적으로만 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20세기에 시작되어 21세기까지 주류 경제학의 축이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우리의 눈 앞에서 그 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COVID-19 이후의 경제시스템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현재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시스템은 흔들리고 있다. 시스템은 전처럼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인류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집단으로서 우리가 정말 어떤 것에 우리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경제시스템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특히 21세기에 우리는 이미 몇번의 위기를 겪었다. 이 위기들을 통해 우리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에서도 이런 Wholistic한 생각을 할 때다. 대안적인 경제시스템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 환경을 고려하고 착취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새롭게 고안해내야 할 때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서 현 경제시스템은 두 가지 큰 경험을 하고 있다. 첫번째는 모든 시스템의 정지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거의 마비되었다. 두번째는 다음 단계로서 어떻게 정지된 시스템을 다시 흐르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두번째 단계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기존의 경제 흐름을 다시 이어내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새로운 가치의 기준을 가지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로컬 비지니스와 큰 기업들, 로컬 정부와 국가 단위의 정부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새로운 눈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경험들은 전혀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금융시장과 국제 펀드 등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기본이 되고 있는 이 펀더멘탈 프레임의 방향이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것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우리를 품어준 지구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주어진 생명을 커뮤니티로서 향유한다. 우리는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제도와 기관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에서 돈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기존 경제학에서 우리는 경제의 목적이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 배웠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시스템에서 경제활동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모든 멤버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인 철학의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해서 인류를 위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COVID-19이 우리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한국은 국가와 지역정부 레벨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컨트롤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기반하고 있는 기존의 글로벌 시스템이 이번 경험을 계기로 드라마틱하게 바뀔지는 의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잘 변하지 않는다. 블랙스완의 개념은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은 사람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기존의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듯, 우리는 원래 그대로 돌아가려는 성향을 타고 났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획기적인 시스템 체인지에 대해 교훈을 주었다. 새로운 이벤트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기회는 힘을 결집해 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는 커뮤니티 레벨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힘으로 변환해 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대안적인 필요하다는 생각들을 모아내서 응집된 힘을 결집해 낼 수 있다. 그런 과정이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경제활동의 목적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을 향유하게 돕는 것이라는 새로운 정의는 인류가 새로운 상상력을 가지고 경제시스템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결집된 동력을 기반으로 로컬에서의 작은 일들과 국제적인 스케일에서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의 체계가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학에서 끊없이 우상향하는 GDP 그래프만을 보아왔다. 그러나 이 인디케이터만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비행기 안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유일하게 그 비행기에 탑재되어 있는 계기판이 속력계라고 생각해 보자. 안전한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다른 인디케이터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속력계만 기지고는 너무도 안전하지 않다. 비행기가 고도를 맞추지 못해 산에 들이박을 수도 있고 바다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경제를 생각할 때 한 가지 인디케이터가 아니라 발란스를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인디케이터가 필요하다. 인류의 모든 지혜를 모아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시스템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지탱하는 것이어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인류가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 직선의 리니어가 아닌 도넛형의 경제는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 경제시스템에서 무시되거나 재대로 평가되고 있지 못한 공공의 부분과 리제너레이티브 이코노미에 새로운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인류의 1퍼센트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는 부를 많은 사람들에게 건전한 방법으로 재분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트릭스를 사용하는 경제스시템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누가 소유하는가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거대 기업에 잠식당했다. 거대기업들의 브레이크 없는 이익추구에 지역 경제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코비드19의 경험은 우리가 그 방향이 아닌, 에너지 기업의 공기업화, 전기 회사의 공기업화 등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시점에 Wellbeing 이란 단어가 필요하다. 기존의 Wellbeing 보다 확장된 의미의 경제적 지표이다. wellbeing economy는 이미 개념화 되어 있고, 몇몇 나라와 도시들이 이미 wellbeing indicator를 사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여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정부와 기업인들은 너무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어서 해피니스 인덱스, wellbeing 인덱스로도 서로 경쟁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던 단선적인 GDP는 너무도 익숙하고 강력한 인덱스이다. 그래서 기존의 시스템과 새로운 시스템을 병행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운 인디케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를 믿기 때문이지 단지 작은 변화만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병행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실물경제가 아닌 숫자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만들어낸 문제들은 자연적인 문제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말해, 이것은 시스템을 잘못 디자인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껏 우리는 마켓이 곧 경제라고 생각했다. 마켓에 무한한 신뢰와 권력을 준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뼈대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인간의 경제활동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인간의 경제생활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가격,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가격 이외에 다른 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20세기 경제는 너무 성장에만 강박적으로 집착했다. 그러나 그 성장의 개념에 wellbeing의 개념은 없다. 건강한 커뮤니티나 환경의 가치등은 그 성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경제의 주요 축으로서 가정, 기업, 나라 이외의 공공(Commons)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레디컬 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본소득과 작은 지역 비지니스에 집중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는 이 시점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필수불가결한 인간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인간의 노동에 대한 고려이다. 인간의 노동의 가치가 폄훼되지 않으면서 스스로에게 가치있다 여길 수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 이것은 가치의 문제와 연결된다. 모든 인간은 어떤 것을 해서가 아닌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과 로컬의 관계 또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의 경제시스템은 지역 사회에 투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거의 갖추고 있지 못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돈은 지역 은행에 신탁되어 있는데, 그 돈은 글로벌 햇지펀드에 투자가 되지만 로컬 비지니스에 투자되지 않는다. 지역을 개발하고 굶는 사람들을 돕는 푸드뱅크 사업에 사용되지 않는다. 지역사회는 커뮤니티의 기본이 된다. 우리는 기존 시스템의 가치관을 벗어나기 위해서 디콜로나이즈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경제라고 생각하는 것, 기업가의 사고 방식과 월스트리트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순환가능한 로컬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음식과 에너지, 서비스, 커뮤니티 뱅킹 시스템에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시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로컬 경제의 건전성과 지속가능하면서 self-sufficient한 로컬 경제가 중요해졌다. Deglobalize but relocalize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국제적인 기구들은 더욱 글로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세계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인류애에 기반한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로컬 레벨에서의 경제활동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결국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는 곳은 지역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컬 커뮤니티를 조직화 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힘은 로컬에 뿌리가 있어야 한다. 로컬이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의 시스템은 커뮤니티레벨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로컬에 기반하고 있는 자원들을 재조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시스템을 바꿔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COVID-19의 경험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불완전한 측면을 여과없이 드러내 주었다. 새로운 가치판단의 체계를 갖추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 힘을 결집시켜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달린 일이다. 이것이 EcoCiv의 정신이며 추구하는 가치이다.
Director of EcoCiv Korea, Dongwoo Lee 정리
As the socio-economic effects of coronavirus worsen, the deep failures of our global economic order are being revealed. Is this the end of the neoliberal era? What will the economy look like after COVID-19? Can our next economy promote the overall well-being of people and the planet? Join us as we bring together experts from around the world. Featured panelists include:
Kate Raworth: Economist Univ. of Oxford
Stewart Wallis: Economist, Chair of Wellbeing Economy Alliance
Majorie Kelly: Executive Vice President, The Democracy Collaborative
David Korten: Harvard Univ. Founder and President of Living Economics Forum
Gunna Jung: Economics Professor Univ. of Hanshin, Special Advisor to the Mayor of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