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모든 1년의 일정은 교회력에 의해 먼저 규정된다. 미국장로교회가 쓰는 교회력은 대부분의 개혁신학의 전통을 지키는 개혁교회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미국의 국내 사정에 맞게 주요 공휴일들과 교회력이 결합되어 있어서 교회력만 보고도 주요한 공휴일 날짜는 거의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미국장로교단이 중요하게 여기는 절기들도 추가가 되었다. 한국인으로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6월 25일 전후하여 6월부터 8월은 한반도의 전쟁을 기억하고 그 희생자들을 기리며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기간으로 정해 대부분의 교회들이 공예배에서 그 기도를 한다는 것이었다. 전통위에서 그것을 창조적으로 변형시켜 나가는 것이 전통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일 것이다.
앞서 말했던 4가지의 장점에 덧붙여서 성서정과를 사용하면 1년 또는 3년 또는 9년의 설교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다. 나는 보통 1년의 설교계획을 미리 세워서 대림절이 시작하기 전인 11월 말에 교회의 스탭들과 미리 나누었다. 1년치 설교 계획을 미리 세우면 큰 장점이 있다. 예배를 디자인 할 때, 예배의 각 부분의 책임을 맡은 평신도 리더들과 스탭들이 그 주간의 말씀에 따라서 일관되고 연결되어 있는 유기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 그 주의 기도를 맡은 사람과 성가대의 찬양과 앞 뒤 찬양을 정하는 사람, 주보를 만드는 사람, 꽃을 장식하는 사람, 말씀을 봉독하는 사람, PPT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두 1년치의 계획을 가지고 진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배의 각 요소는 유기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그 주간의 성가대의 찬양은 봉독되어지는 말씀, 그리고 선포되어지는 말씀(설교)와 관련이 없을 수 없다. 성가대 지휘자가 미리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성가대에 맞는 찬양곡을 고를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일은 목회자의 몫이다. 찬양을 인도하는 찬양팀 역시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그 주간에 해당되는 말씀의 테마와 맞는 찬양곡을 찬송가와 CCM에서 미리 정하고 예배의 흐름도 생각해서 그 곡들을 앞뒤로 잘 배치하는 것은 예배의 유기적인 연결성과 균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3년으로 이루어진 한 세트를 마치고 나면 성경의 주요한 책들을 고루 한 번씩 예배에서 봉독 할 뿐 아니라 성경공부의 교재로 또한 설교의 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 10년을 설교하더라도 성서정과나 그에 준하는 스케줄표를 가지고 설교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모든 책을 교회의 생활 안에서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성서정과를 따라가는 스케줄은 균형 있는 성서읽기를 가능하게 해준다. 3년이 3번 반복되는 9년이 된다면 최소한 성경의 주요한 책들을 균형 있게 3번씩 읽고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각자가 좋아하고 익숙한 책들을 벗어나 다른 책을 읽거나 그 책을 통해 설교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힘든 작업이다. 이런 익숙함에 젖어들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계속 개척해 나갈 때, 우리는 더욱 균형 있는 시각을 갖게 되고 각 성경의 책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 갖게 될 균형 잡힌 신앙의 성장은 덤이라고 할 수 있겠다.